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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초대석> 지순·원정수 부부 건축가 날짜 2014.11.22 17:48
글쓴이 지오 조회 969
건축외길 50년 인생 압축한 '집' 출간...초판 1주일만에 재판 인기몰이

 

건축가 지순과 원정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1년 차이 선후배 사이다. 후배인 지순이 졸업하기를 기다려 이듬해인 1959년 바로 결혼했다. 결혼 이후 두 내외는 50년 이상 건축업계에서 함께 일했다. 인터뷰를 위해 테이블에 앉자마자 부부는 1.3m 정도 길이의 부부 연대기를 펼쳐보였다. 연대기에는 두 내외가 건축학과 입학 이후 지난 60여년 동안 건축 외길을 걸으며 설계한 작품과 현상설계 당선작, 실패작, 그 외 영향을 준 사람들 등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지순과 원정수 부부는 우리나라 건축업계의 산 증인이다. 그들의 건축인생은 해방 정국의 어수선함 속에서 미국 군사원조로 지어지는 군시설과 허술한 벽돌집 설계와 한국은행 본점 현상설계 당선으로 시작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 등 국내 재벌가의 사택 설계부터 포항제철소와 포스코센터, 광양제철소, 그리고 한국은행, 국회의장 공관, 제주 라마다 프라자 호텔 등 국내 굵직굵직한 시설 및 건축시설들로 이어졌다.

최근 이들 부부는 처음으로 합작해 책 한권을 출판했다. 내용의 충실함으로 입소문이 퍼져 초판 인쇄 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간 이 책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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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상?건축가로?함께?걸어온?지순과?원정수?내외가?서울?중구?간삼건축사무실에서?신간<집>에?대한?얘기로?웃음꽃을?피우고?있다.???안윤수기자?ays77@
-그동안 맡았던 프로젝트 중에 유명한 건축물도 많은데 왜 주제를 ‘집’으로 압축했나.

원정수: 우리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려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해방 정국, 전쟁, 휴전을 겪은 이후 압축 경제성장을 거친 한반도 안에서 건축가들의 고민과 역할을 정리하기 위한 책이다. 그것들을 ‘집’이란 중심 테마로 정리했다.

전쟁과 휴전, 그리고 국토 재건 시기를 거치면서 한반도의 주거문화와 주택 상황은 크게 변했다. 그 당시 주택과 관련해 새로 생긴 단어만도 수백개에 이른다. 하꼬방, 판잣집, 해방촌, 개량주택, 표준주택, 재건주택 등 헤아릴 수 없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지순·원정수 부부는 현대 우리가 사용하는 주거 시스템 형성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정재계 인사의 집을 많이 ?설계하셨다고 들었다

지순: 주요 정ㆍ재계 인사들 집을 많이 설계했는데…. 그런 건 이 책에 안 담았다.

원정수: 한반도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과거 설계했던 기간시설과 유명한 사람들의 고급 주택은 걸러냈다.

지순: 외국은 재벌들이 자기 집을 설계할 때 외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안 하지. 외관은 아주 검소하게, 드러나지 않게 설계하고 그 내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원정수: 설계해놓으면 점쟁이를 데려와서 남편 바람 안 피우는 구도가 있으니까 머리를 여기에 놓고 자게끔 설계를 변경해달라고 주문하고(웃음). 가끔은 점쟁이 복비가 우리 설계비보다 많았으니까 말 다했지. 아무튼 이런 고급주택 설계는 디테일이 생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지순: 포스코 일을 한 거다.

원정수: 포항공대는 박 회장이 노벨상 받는 사람이 나오도록 설계해달라 요구한 건물이다. 그래서 지하에 트럭이 다닐 정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이유는 공대생들이 기자재를 자유롭게 반입해 연구하라는 거였다. 포항제철소는 레고 부속처럼 다 쓴 공간은 버리고, 공간을 이동하고 변형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내부 시설만 해도 일반 범인들은 생각도 못할 수준이지.

-그런 주요한 프로젝트를 하셨는데도 외부에 크게 드러나지 않게 살아온 것 같다.

원정수: 건축가는 건축이 재밌어서, 건축에 미쳐야지 밖에 돌아다니며 언론에 자기를 드러내는 것에 심취하면 안 된다. 그러면 건축물이 자기 과시적으로 나오게 되고, 그 안에 사는 사람은 ‘좋은 집’에서 살지 못하게 되는 거다.

지순: 좋은 집이란 살아가면서 편안한 집이다. 자기 경제 수준에 맞는 집이어서, 지을 때부터 살 때까지 비용이 적절하고 살면서 손때가 묻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나는 집이어야지. 그런데 여기에 건축가가 지나치게 자기를 드러내면 건축주가 편안하게 살 수 있겠나.

원정수: 우리 부부는 실무를 강조하며 살았다. 건축가는 자고로 실무로 평가해야 한다. 도면 하나를 보면 전체의 구도가 머리에 펼쳐져야 하고, 자기가 설계한 것에 책임지고 현장 간섭을 하며 그 가운데서 설계 변경도 꼼꼼히 동시에 완벽하게 해줘야 하는 거지. 자기가 설계한 도면 하나 툭 던져놓고 밖에 돌아다니는 건축가는 자기 소임을 다 못하는 거지.

- 요즘 건축학과 교육은 실무를 가르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원정수: 교수들 문제가 많다. 실제로 심의위원 한다는 교수들 가끔 현장에서 만나는데 어디 외국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 따서 한반도 실정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심의위원이라며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한다. 실무를 모르니까 그런 거다. 실무를 너무 몰라.

지순: 기초부터 차근차근 실무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무시하고 바로 스케치에 들어간다. 그러니 배운 애들이 현장 나와도 회사에서 2년은 꼬박 실무를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지. 학생들이 안쓰럽다. 졸업했는데 도면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애들이 많다.

- 후배 건축가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원정수: 사람에 관심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건축가가 되라고 당부하고 싶다. 공간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그리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지. 건축은 개인의 삶과 밀접한 동시에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혜안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건축가는 미래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지순: 한반도에서 살아온 건축가는 한반도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게 자기 브랜드일 수는 있지만, 그게 한반도 건축가로서의 좋은 자질이 될 수는 없다. 자기가 사는 공간과 그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좋은 건축가지. 그러면서 실무형 건축가(웃음).


지순(80)

1935년 출생. 1958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1958년부터 3년 동안 구조사 건축연구소에서 근무한 이후 1961년부터 10년 동안 대한주택영단(현 LH) 건축과에서 주택 재건 및 최초의 아파트 설계 실무를 연마했다. 여성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건축사 자격을 따낸 여성 건축사 1호다. 1970년부터 일양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재직하며 건축설계 및 주거생활 환경개선 활동에 매진했다. 동시에 1991년까지 연세대 주생활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등 여러 사회기관의 심의·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 간삼건축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간삼건축 상임고문이다.



원정수(81)

1934년 출생. 1957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 후 1957년부터 1961년까지 공군 시설장교로 복무하며 기지 건축설계를 담당했다. 전역 후 트랜스아시아 설계사무소와 무애건축에 재직했다. 1963년부터 1999년까지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국토부 건축심의위원 등 주요 기관 건축자문 및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1970년에 아내인 지순과 함꼐 설립한 일양건축사무소의 파트너 건축가로 활동했으며 1983년부터 현재까지 간삼건축의 파트너로 재직 중이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건축가학교 교장, 미국 하와이대학교 건축대학원 실무지도교수를 역임했다.

최지희기자?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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